좋은시·글
작성자 정용상
작성일 2018-01-02 (화) 21:58
분 류 일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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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인권)
                                                   인권은 인류보편의 가치!

                                                 

                                                                                                     정용상(한국법학교수회장)

 12월 10일은 세계인권선언 기념일이었다. 1948년 그 날 세계인권선언을 했던 그 시대는 제 1·2차 세계대전을 겪은 직후라 인권환경이 극도로 열악한 상태였다. 전쟁 중에 셀 수 없이 많은 생명이 죽어 갔고, 전쟁 기간 중에 저질러진 인권유린은 그 사례를 들 수 없을 만큼 잔인하고 참혹했다. 인권보호가 절실했던 당시의 갈급함과 애절함 속에서 전 세계인의 가장 소중한 약속인 세계인권선언이 UN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채택된 것이다.
세계인권선언은 전문과 본문 30개 조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인간으로서 시민적·정치적 자유 및 사회보장·노동권, 공정한 보수를 받을 권리, 노동자의 단결권, 노동시간의 제한과 휴식, 교육에 관한 권리, 문화생활에 참여할 권리 등 사회적·경제적 권리에 관해 규정하고 있다.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지키며 인간답게 살 권리의 기준을 제시한 것이다.
지금도 인권이 짓밟히고 생명의 소중함이 휴지조각처럼 버려지는 몰인권·반인권·역인권의 사례가 세계도처에서 일어나고 있다. 시리아 내전으로 인한 난민사태는 이미 오래전부터 지속적으로 인권침탈이 자행되는 현장이다. 수많은 무고한 시민 죽어가고, 헤아릴 수 없는 고통 속에서 난민생활·유랑생활을 이어가면서 아이들은 교육의 기회를 박탈당하고, 여성들은 성적 침탈을 당하고, 청년들은 일자리를 잃고 방황하며 삶의 의욕을 상실하고 있다. 또한 이슬람무장단체 IS는 포로를 공개적으로 화형, 총살, 집단매장 등의 방법으로 참혹하게 죽이는 장면을 방영하여 세계를 경악케 했다. 최근에는 미얀마 로힝야족에 대한 미얀마정부군의 다중살인, 집단성폭행, 심지어 아이를 불태워 죽이는 뉴스가 방영된 일이 있는데 사실이라면 이건 정말 반인륜적·반인권적 폭거이다.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는 그저 종이에 적혀진 허울뿐인 세상에서 고통과 신음을 이어가고 있는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인권유린의 현실을 우리는 직시해야 한다. 동북아지역의 인권상황은 온전한가? 중국이나 북한의 인권실태 또한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는 인권지표와는 거리가 먼 환경이 도처에 깔려 있다. 국내에서도 걸핏하면 범죄수사를 명목으로 쉬이 인신구속을 일삼으며, 노동현장에서 인권착취를 예사로이 하며, 여성에 대한 무차별 성폭력이라든지, 개인정보의 침탈 등 크고 작은 인권침해가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다.
세계 도처에서 인권유린이 심화되고 있는 현실 속에서 우리는 세계인권선언을 실천하며 인권 지킴이로서의 역할을 다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야 할 때이다. 결코 인권은 사치스런 그 무엇이 아니며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권리의 요구는 너무도 당연한 것이다.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불가침·불가양의 천부인권, 즉 인권은 하늘로 부터 받은 권리이기에 누구도 사람의 인권을 침해할 수 없다. 이 소중한 가치를 보장하기 위한 각별한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선진국이 되기 위한 표준적 잣대가 바로 인권보호의 정도에 따르므로 인권의 보호와 신장을 위한 노력은 하루도 쉬임없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특히 인권을 지키기 위한 제도적 보장이 중요하기 때문에 법을 공부하는 법학자, 법을 만드는 입법자, 법을 집행하는 행정가, 법을 심판하는 법률가 등 규범론자들이 솔선수범하여 인권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선도해야 한다. 인권침해가 스스럼없이 자행되는 국내외적 인권상황의 개선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진단과 처방을 하고, 세계인권은 물론이고, 국내인권상황의 절대적 개선을 위해 기여할 바를 찾는 적극적 노력이 절실한 때이다. 세계인권선언의 정신과 의미를 가슴에 새기면서, 오늘 날 인권의 현주소를 짚어 보고, 그리고 내일의 온전하고 반듯한 넘치는 인권천국을 만들기 위한 인권비전에 대하여 토론하고 지혜를 모으며 인권지킴이로서의 소임을 다 할 때 인권선진국이 되고 개인의 행복한 삶이 보장될 것이다.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인권침해를 막아 줄 수 있는 법과 제도가 필요하다. 국가의 모든 법과 제도는 최고법인 동시에 인간존엄성을 제도적으로 구현하기 위한 노력의 결과물인 헌법에 따라 만들어지게 된다. 따라서 인권보호와 헌법은 뗄 수 없는 밀접한 관계에 있으며, 헌법의 인권관련 규정은 시민의 인권을 지켜 주는 마지막 보호막의 역할을 하므로 이에 대한 이해의 폭이 확장되어야 한다.
오래 전부터 우리 사회의 화두로 떠 오른 헌법개정의 문제에 대한 정치권 또는 시민의 관심은 오로지 통치기구에 쏠려 있다. 정부형태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관심이 으뜸인 것 같다. 권력구조, 군력분산 등의 얘기를 하면서도 궁극적으로는 대통령을 어떻게 뽑을 것이며, 대통령의 임기는 몇 년으로 할 것이며, 중임이 가능한지 아닌지에 관심이 집중되어 있다. 이런 식의 접근은 진정한 헌법정신과 헌법가치를 구현하려는 모습이라고 할 수 없다. 헌법개정의 발상의 전제에는 인권보장을 위한 기본권이 먼저고 권력구조는 후순위이어야 한다. 헌법개정의 당위의 우선이 기본권을 두텁게 보호하는 쪽이어야 한다. 그것이 총론이고 각론은 통치기구이어야 한다.
필자는 헌법전공자는 아니지만, 시민의 시각에서 냉정히 헌법을 바라보노라면, 과연 현행 헌법에서의 기본권조항이 현대적 의미의 시민의 기본권을 충분히 반영하고 있는지에 대해 회의적이다. 현행 헌법상의 기본권의 내용은 1970년대 기준의 기본권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 필연적으로 맞이해야 할 제4차 산업혁명시대의 도래를 더하여 생각하면 통치기구편의 권력구조에 관한 개정도 중요하지만 시대적 흐름에 맞는 시민의 기본권보장을 위한 입법적 보완이 우선과제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 우리 헌법을 불임헌법이라며 개정의 당위를 주장하는 분들의 대다수는 권력구조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분권형개헌을 주장한다. 그러한 진단도 맞지만 필자는 기본권의 면에서도 불임헌법적 요소가 더 강하게 담겨 있다고 본다. 시민의 인권을 두텁게 효율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시대가 요구하는 모습으로의 기본권의 강화를 중심으로 하는 개헌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싶다.
시민의 인권보장을 위한 또 하나 스치는 생각은 인권에 대한 시민의 인식을 제고하기 위해 인권과 인권법에 대한 지속적이고 종합적인 교육의 필요성이다. 선진적 인권환경 조성을 위해 시민의 인권의식과 인권규범에 대한 실사구시적 지식을 배양할 수 있는 교육시스템의 확립이 필요하다. 먼저, 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평생교육차원의 인권과 인권법교육은 물론이고, 인권교육을 담당할 지도자를 양성하여 그들이 경향각지 각 산업현장 등에서 인권교육을 담당할 수 있도록 제도교육의 틀에서 그 방법론을 모색해 봐야 한다. 이와 연동하여 현재 학부 법과대학과 법학전문대학원에서의 인권 및 인권법교육을 강화하기 위한 교과과정의 정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인권과 무관한 그 어떤 학문영역도, 생활영역도 존재할 수 없으며, 사회가 있는 곳에 법이 있듯이, 궁극적으로 사회 전 분야에 인권보호를 위한 법적, 제도적, 환경적, 도덕적 장치(?)가 촘촘이 깔려 있어야 한다.
법학교육과정에서 인권법교육의 몫을 늘리되, 법교과목 사이는 물론이고 인접학문영역과의 융복합적·통섭적 학습을 통해, 살아있는 인권교육, 응용가능한 인권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교육과정차원에서의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때이다. 마치 헌법 총강 앞에 헌법전문이 자리하듯이 형법이건 노동법이건 모든 법교과서의 서두에 인권을 베이스로 깔고 그 바탕에서 심화전공을 담을 수 있도록 인권을 최우선으로 하는 법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산업, 노동, 문화예술, 교육, 정치, 군대, 종교 등 그 어느 곳도 인권과 무관한 영역이 존재할 수가 없다. 시민교양교육차원에서도 법학전공차원에서도 인권과 인권법의 생활화를 통해, 시민의 인권의식을 일깨우고, 세상 속의 인권사각지대를 해소하며, 열악한 인권환경을 개선하는데 앞장서서, 궁극적으로 인권선진국으로 나아갈 수 있는 방향성과 방법론을 찾아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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