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역사박물관

                  이달의 인물

<전주 출신 재상 열전>

당쟁의 억울한 희생, 난암 정언신

  심복이나 형제와 같은 사이로는 이발(李潑) · 이길(李洁) · 백유양(白惟讓) 등이 있고, 절친한 친척 사이로는 정언지(鄭彦智) · 정언신(鄭彦信) 등 많이 있어 서로 친밀하고 다정한 사이임을 길가는 사람도 다 아는 사실인데...

선조 23권, 22년(1589 기축 / 명 만력(萬曆) 17년) 10월 28일(임인) 2번째 기사

생원 양천회가 정여립의 옥사, 한재, 조세의 과중, 조정의 탐풍, 강상의 붕괴 등을 상소하다

  조선왕조 기간 중 전주가 낳은 정승으로 4명을 꼽는다. 세조때 좌의정을 지낸 이사철, 명종때 우의정을 지낸 황헌, 선조때 우의정인 정언신, 현종때 우의정을 지낸 이상진이다.

  3월 이달의 인물은 문무를 겸비한 출중한 재능으로 재상의 반열에까지 올랐지만 기축옥사와 관련된 억울한 누명으로 희생된 난암 정언신을 살펴보도록 한다.

  1527년(중종 22)∼1591년(선조 24). 조선 중기의 문신. 본관은 동래(東萊). 자는 입부(立夫), 호는 난암(懶庵). 예조좌랑 진(振)의 아들이다.

  1566년(명종 21) 별시문과에 병과로 급제하여, 검열이 되고, 1571년(선조 4) 호조좌랑으로 춘추관기사관이 되어 《명종실록》 편찬에 참여하였고, 그 뒤 전라도도사 · 장령 · 동부승지 등을 거쳤다.

  그 뒤 가선대부(嘉善大夫)에 올라 함경도병마절도사로 나가 변민(邊民)을 잘 다스리고 녹둔도(鹿屯島)에 둔전(屯田)을 설치하여 군량미를 풍족하게 비축하였다. 이어 대사헌으로 옮겼다가 부제학이 되었다.

  1582년(선조 16) 니탕개(尼湯介)가 쳐들어오자 우참찬으로 함경도도순찰사에 임명되어 막하로 이순신(李舜臣) · 신립(申砬) · 김시민(金時敏) · 이억기(李億祺) 등 뛰어난 명장들을 거느리고 적을 격퇴하였다.

  이어 함경도관찰사로 북쪽 변방을 방비하고 병조판서에 승진되었다.

  1589년 우의정이 되어 정여립(鄭汝立)의 모반 후 그 잔당에 대한 옥사를 다스리고는 위관(委官)에 임명되었으나, 서인 정철(鄭澈)의 사주를 받은 대간으로부터 정여립의 구촌친(九寸親)이므로 공정한 처리를 할 수 없다는 탄핵을 받아, 위관을 사퇴하고 이어서 우의정도 사퇴하였으며, 정철이 위관을 대신하였다.

  그 뒤 역가문서(逆家文書)가운데에 그가 들어 있다는 것을 구실로 정철 등으로부터 계속 정여립의 일파로 모함을 받아 남해에 유배되었다가 투옥, 사사(賜死)의 하교가 있었으나 감형되어 갑산에 유배, 그곳에서 죽었다.

  1599년에 복관되었다. 문경의 소양사(瀟陽祠)에 제향되었다. 

출처 _ 한국역대인물종합정보시스템

       세종대왕 기념사업회, 『국역 국조인물고』, 2005년.

      『宣祖實錄』, 『宣祖修正實錄』, 『國朝榜目』

백사 만인시(白沙 挽人詩)

  기축옥사(己丑獄事)에 정승 정언신(鄭彦信)이 조정에서 매를 맞고 갑산(甲山)으로 귀양을 가게 되니, 그 아들 율(慄)이 단식(斷食) 끝에 피를 토하고 죽었다. 이때에 자칫하면 연루죄(連累罪)가 파급되므로 사람들은 모두 두려워하였고, 심지어 집안사람들이 장사조차 예(禮)대로 하지 못하였다.

  백사(白沙) 이항복(李恒福)은 당시에 문사랑(文事郞)이 되었던 까닭으로 그 원통함을 알고서 바야흐로 관(棺) 뚜껑을 덮을 적에 시 한 수를 지어 비밀히 관 속에 넣었는데, 집안사람들도 몰랐던 것이었다. 급기야 그 아들이 장성하자, 천장(遷葬)하게 되어 관을 열어보니, 세월이 이미 30년이 지났는데도 종이와 먹빛이 그대로 있었다. 그 시는 다음과 같다.

대저 본래가 기우하는 것과 같은데 / 大抵本如寄

누가 수명의 오래고 빠름을 논하였나 / 誰將論久速

온 것은 바로 또 돌아가는 것이니 / 其來卽是歸

이 이치를 내가 먼저 깨달았다오 / 玆理吾先燭

그런데도 그대 위해 슬퍼하는 건 / 然且爲君哀

속물을 면치 못한 때문이라네 / 所未能免俗

입이 있은들 어찌 말할 수 있으랴 / 有口豈復言

눈물은 있으나 감히 곡도 못하겠네 / 有淚不敢哭

베개 만지며 남이 엿볼까 두려워하고 / 撫枕畏人窺

훌쩍훌쩍 남몰래 눈물을 마시어라 / 呑聲潛飮泣

그 누가 잘 드는 칼을 가지고서 / 誰持快剪刀

내 심장을 이리도 아프게 가르는고 / 痛割吾心曲

                       _ 정률(鄭慄)에 대한 만사

                 『白沙集』 제1권 시(詩) 가운데     

                                                     全北花樹會   總務  鄭成文 옮김,